지난 10월 12일 수요일에 모처럼만에 이윤재집사님을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함께 식사하며 이윤재 집사님이 자신의 첫 직장이었던 쌍용을 떠나기까지 수년간 겪었던 힘든 일들과 그 가운데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를 다루시고 동행하시고 인도하셨는지를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참된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 세상에서 나와서 하늘의 본향을 향해 가는 순례자들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순수하게 하늘의 것만을 바라보도록 우리를 가르치고 삶의 모범을 보이는 우리 교회의 목회자분들과 더불어, 그 가르침을 따라 세상의 것 바라보지 않고 힘겨운 영혼의 순례길을 말없이 가고 있는 귀한 지체가 있다는 사실에 참 행복했고 그 때문에 우리 아버지 하나님께 찬송과 영광과 감사를 돌리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다만 그것 때문에 이 간증의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 만남 가운데서 실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1년에 걸친 중보기도를 들으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우리 지역의 기업이요, 우리 교회 지체들도 여러 분이 몸담고 있거나 직간접으로 관련되어 있는 쌍용자동차를 위해 기도하던 중에, 왜 너 혼자 기도하느냐, 함께 기도할 자들을 모아 중보하라는 감동을 주셨다. 그래서 즉각 순종하여 쌍용과 관련된 성도님들과 중보기도팀에 함께 쌍용을 위해 중보기도하자는 제안을 카톡으로 보냈다. 그리고 함께 하겠다고 회신해 주신 분들이 나를 포함해서 7명이었다. 우리는 쌍용을 위해 매일 개인기도하면서 특별히 매주 수요일 밤 10시에 함께 있는 곳에서 쌍용을 위해 중보하기로 하였다.

그후 약 일년 동안 직원 4천명, 협력업체 16만명의 생계가 달린 쌍용의 운명은 마치 삼각파도위에 올려진 조각배 같았다. 희망의 끝을 잡았는가 싶으면 다시 끝장이구나 싶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곤두박질치기를 거듭했다. 누군가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고 회생의 희망이 없는 쌍용에 더이상 국민 세금 들이지 말고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실기업은 청산되는 게 맞다. 그러니 그런 주장에 공감이 아주 안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기도중에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요나에게 니느웨의 회개를 촉구하게 하셨던 당신의 심정을 기억나게 하셨다.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 이만 여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 그런데 쌍용은 직원이 6천명, 협력업체 직원이 16만 명이었다. 그들의 운명이 달린 쌍용을 외면하지 마시옵소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쌍용직원들은 자구책으로 1년간에 걸친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현장근로자들은 격월로, 사무직 근로자들은 3개월씩 무급휴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렇게 쉬는 동안 쌍용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경제적으로얼마나 어려웠으며 그렇게 하는 데도 결국은 나의 회사, 남편의 회사, 아빠의 회사가 망할까봐 얼마나 불안에 떨며 피말리는 시간을 보낼까 생각하면 진실로 쌍용을 위한 중보기도를 멈출 수 없었다. 처음 시작은 쌍용에 몸담고 있는 우리 교회의 지체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시작했으나 그렇게 우리들의 기도는 쌍용 직원과 그 가족들 전체를 향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졌다.

회생절차에 따라 매각절차가 한창 진행되던 작년 가을쯤이었다. 그때 나는 쌍용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쌍용이 회생된다면 그냥 회생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는 기업으로 환골탈태하여 사람과 하나님 앞에 가치있는 기업으로 서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러 쌍용 인수후보자중에 전기자동차업체인 에디슨모터스가 눈에 띄었다. 기도하면서 뭔가 느낌이 좋았다. 그저 탐욕적 M&A로 돈을 버는 데만 혈안이 된 대기업들 중에서 전기차 사업으로 입지전적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강소기업 에디슨모터스가 인수자로 나선 것이다. 그쪽으로는 문외한이지만 앞으로 환경문제로 인해 자동차 사업이 전기차로 갈 수 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이게 하나님의 큰 그림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자금력이 부족하다, 기술력이 부족하다 하는 우려들도 마치 골리앗 앞에 선 다윗과 같은 모습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숱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에디슨 모터스가 최종인수자로 선정되었다. 나는 내심 아, 이제 우리 기도의 끝이 보이는 구나 싶었고 너무나 기뻤다. 하나님께서 인수자인 에디슨 모터스나 기존의 쌍용 직원들이나 이제 한 마음이 되어 정말 쌍용을 가치있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게 되기를,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의 자금도, 기술력도 주님께서 채워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왠걸, 최종인수과정에서 에디슨 모터스는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인수자로서의 자격을 잃고 나자빠지게 되었다. 그때 나는 이게 뭐지 싶으면서 뭔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진짜 하나님의 뜻은 알 수가 없구나 싶은 마음이 되었다. 그리고 내 모든 생각, 예상, 상상, 바람, 기대를 내려놓게 되었다. 그냥 주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라고만 기도하게 되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내게 이런 기도제목을 주셨다. "오직 나의 주권을 인정해라. 온 우주에, 온 세상에, 특히 기업과 회사와 재정과 경제라는 영역에 나의 주권을 선포해라." 솔직히 교회나 선교, 가정, 인간관계, 심리 같은 영역에서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기는 쉽다. 그러나 하나님과는 하나도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세상 현실, 그 중에서도 기업과 회사와 경제와 돈의 영역에서는 사실 하나님의 주권이 정말 통할까 싶은 게 우리들의 솔직한 심정인 것 같다. 그런데 반신반의 그 기도제목을 놓고 기도하다 보니, 쌍용 안에도 분명 신자들이 있고 하나님의 백성들이 있었을 텐데 누구 하나 쌍용이라는 회사를 놓고 하나님, 이 회사는 주님의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 회사의 경영자와 임직원과 근로자와 노조와 또 회사밖의 협력업체와 이 회사의 운명에 관련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모든 주권을 주님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라는 고백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슬퍼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보기도자들에게 쌍용과 쌍용임직원과 그들의 가족과 쌍용과 관련된 모든 이들과 영역의 주권을 하나님께서 가지고 계심을 고백하고 선포하자는 권면을 계속했다. 그리고 나도 오직 쌍용에 대한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기도만을 드리게 되었다. 사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기도는 중보기도 초기부터 했던 것인데, 다만 이때부터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기도가 우리 기도의 실질적인 중심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재매각절차가 시작되었고 여러 인수후보자들 중에서 KG그룹이 최종인수자로 재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되든 주님의 주권 아래서 매각절차가 진행되도록 기도할 뿐이었다. 감사하게도 KG그룹은 에디슨 모터스처럼 자금력 부족으로 나자빠지지 않았고 최종인수까지 순조롭게 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지난 9월 28일 일년 이상 은밀히 진행해 오던 중보기도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쌍용을 위한 마지막 중보기도를 올릴 수 있었다. 수많은 기도들이 응답이 없는 것 같은 상태에서 끝나기도 하는데 이렇게 선한 마무리를 주신 것이 참으로 감사했다. 그와 아울러 어떤 표시도 나지 않고 보상도 있을 리 없는 중보기도에 동참한 기도자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친히 갚아주시기를 기도하였다. 쌍용의 회생과 아름다운 발전이 보상이라면 보상일 것이다. 그리고 주님께서 모든 일에 친히 주권을 가지시고, 자신에게 믿음으로 기도하는 자들에게 분명히 응답해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기도한 자들만이 알고 누리는 하나님의 은밀하고 참된 보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감사한 마음으로 중보기도를 끝낸 나의 마음속에 이내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하나 떠올라 오기 시작했다. "오직 주님께서 우주와 세상과 특히 쌍용의 주권을 가지시고 행하신다는 것을 선포하며 기도했는데, 그래서 이제 KG그룹이라는 인수자도 나서고 모든 인수절차도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런데 과연 그것이 진짜로 주님이 행하신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이 일을 실로 주님께서 행하신 것이라는 증거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 "라는 의문이 그것이었다. 나는 다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주님, 지난 일년 동안 기도하게 하셨고 그 기도에 응답하셔서 도산할 수도 있었던, 그럴 가능성이 정말 99%였던 쌍용이 이제 회생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주님께서 하셨다는 사실을 제게 알려주십시오, 확인시켜 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주님의 주권을 간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기도를 한지 딱 1주일만에 이윤재 집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윤재 집사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 과연 주님께서 이 모든 일을 하셨다는 사실을 분명히 믿고 고백케 하셨다.

이윤재 집사님이 무너져 가는 쌍용안에서 절치부심, 이직을 시도하였을 때 하나님께서 그를 다루셨던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욕심과 고집과 연약함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만을 신뢰하기로 결정했을 때, 마침내 이직의 길을 여셨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님께서 영광받으실 또다른 간증거리이다. 하나님의 응답은 그런 긴 이야기를 전한 끝에 이윤재 집사님이 덧붙인 이야기에서 발견되었다. 최종적으로 옮겨갈 직장이 결정되고 나서 쌍용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 동료들에게 그 소식도 전하고, 그간의 쌍용 소식도 들을 겸 함께 식사하게 된 자리에서 듣게 된 이야기란다. 쌍용을 인수하게 된 KG그룹 곽재선 회장의 취임식이 10월초(?)에 있었는데 전날까지 흐렸던 날이 그날따라 엄청 맑았단다. 취임식 단상에 선 곽재선 회장의 취임사 첫 마디가 "어제까지 그렇게 날씨가 안좋았는데 오늘 쌍용이 새출발하게 된 날 이렇게 맑고 쾌청한 날씨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취임식 마칠 때 목사님이 나오셔서 축도를 하셨단다. "전에는 야생마와 같이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하던 쌍용이 이제는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 아래서 준마로 거듭나게 해주시옵소서"라는 기도를 하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윤재 집사님의 동료들은 "이제 우리도 교회 나가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고 한다. 이윤재 집사님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우리가 알든 알지 못하든 하나님은 온 세상의 주권을 가지시고 온 세상을 다스리신다! 하나님과 전혀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 같은 회사, 기업, 경제, 재정, 돈의 세계조차도 말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이에게 정확히 확인시켜 주신다! 이윤재 집사님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이 이야기를 빨리 나와 나누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연약한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하셨음을 확인시켜 달라고 한 나의 기도에 주님은 이렇게나 확실히 확인시켜 주셨다. 이윤재 집사님과 나는 그 이야기를 전하고 들으며 진실로 '이구동성'으로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하나님은 실로 찬양받기 합당하시다.

"천지와 바다와 그 가운데 충만한 만물을 지으시고 영원히 진실함을 지키시는 하나님, 주님께서는 실로 모든 영역을 지으시고 구속하시며 다스리시는 분인 것을 내 마음과 입술로 인정하고 선포합니다! 할렐루야!"